롯데시네마 대전센트럴점에서 영화 퍼스트맨 보고왔다. 마스킹 안해줬다. 게다가 스크린에 화면이 제대로 맞지 않고 약간 기울어져서 영상이 사다리꼴로 나왔고... 양옆에 틈이 생긴 채로 계속 봐야했다... 

이건 그저 내 착각이길 바람. 화질, 사운드는 좋았다.



영화 퍼스트맨 평가를 미리 약간 읽어보고 갔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 각오하고봤다. 그래도 지루했다. 아무리 진지하게 보고 곱씹어봐도 솔직히 지루했다. 내가 얼마나 더 봐야하나 시간을 살짝 확인하기도 했다. 1시간밖에 안지났단걸 알고나서는 다리꼬고 턱괴고 봤다. 심심해서 팝콘먹고싶었다. 감흥이 거의 없었다. 닐 암스트롱의 아주 사적인 시점으로만 진행됐고 영화의 절반은 가족 이야기였다. 다큐멘터리는 친절하게 인터뷰도 나오고 설명이라도 해주지. 이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알수없는 닐 암스트롱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느낌. 그래서 영화 퍼스트맨에 대한 내 감상은 '고독한 닐 암스트롱 시점의 현실 홈비디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가족과 관련된 장면은 옛날 캠코더로 배우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촬영한 느낌이라서 더 그렇다. 연출 없는 인간극장 미편집본 같다. 우연히 발견한 남의 집 CCTV 영상을 보는 기분이랄까.  딱히 와닿는게 없었다.

내가 영화 속 닐 암스트롱에게 몰입할 수 없는 이유엔 '너무 마초적이어서'가 큰 것같다. 정말 심하게 과묵하고 죽은 딸 생각에 혼자 괴로워하고 혼자 결정해놓고 또 혼자 괴로워하는 미국 성인 남성 가장의 모습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조금은 안타까웠지만 대부분 갑갑했다. 아무 말 없고 마초적인 그에게 내가 공감할만한 지점을 찾지 못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다른 작품인 클로버필드 10번지, 위플래쉬를 볼때도 '이 감독 진짜 마초적이다'라고 느꼈는데... 감독의 특징인듯..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내 재닛이 닐에게 '못 돌아올수도 있다고 아이들한테 당신이 직접 말해라'라고 하는데 닐은 계속 회피하는 장면, 제미니 8호 고장으로 기절 직전까지 빙글빙글 도는 장면, 달에 첫 발을 내딛은 후의 파노라마 장면 정도. 달에 갈때, 첫 발을 내딛을 때도 오우 와우 달이당 싶었을 뿐 감동은 느끼기 힘들었다.

이 영화는 달 착륙에 관한 얘기라기 보다는 닐 암스트롱 개인과 그의 가족과 동료 이야기다. 달 착륙은 영화 후반 20% 정도에 해당된다. 50%는 가족. 15%는 동료. 나머지 15%는 비행기 조종사, 제미니 계획, 그 외 등등..

네이버 영화 퍼스트맨 평가 중에 그래비티, 덩케르크에 가깝다고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러지 말았으면 싶다. 그래비티와 덩케르크가 얼마나 친절하고 재미있고 상업적인 작품인데. 이 불친절한 작품과 비교하다니...; 다큐라고도 안했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는 의도를 알 수 있고 친절하고 설득적이지만 퍼스트맨은 아니다.

SF영화 보고 '이것은 SF영화가 아니다!' 이딴 소리하는거 진짜 싫어하는데 이건 진짜 SF영화도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인간극장에 가까워보인다. 과학, 우주에 관한건 별로 없었고 그냥 인간 얘기. 아내가 맘졸이는 모습. 주인공이 과묵하고 고독하게 가만히 있는 모습. 이런거 보다가 왔다.

그렇다고 아 이 영화 핵노잼~개별로~절대 보지마셈~ 이런게 절대 아님. 섬세한 촬영에 고요하고 사실적인 연출은 좋았다. 닐 암스트롱의 30대 인생을 체험해본다는 의미가 있었다. 좋은 영화다. 재밌는 영화가 아니었을 뿐. 

별점을 주자면 10점 만점에 4점.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간을 적극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재미있고 감동적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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